주주만세

폭풍전야와 같았던 주식시장

2019년 가을 즈음으로 기억이 된다.

미국 시장은 지나치게 고평가 되어 언젠가 조정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다는 경고와

시그널이 적지않게 나오고 있었다.  특히, 장기 및 단기금리의 역전이 생기면 수개월내에

심각한 조정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에 다소 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미국의 기업실적이 호전이 되고 있으므로 버블에 의한 상승이 아니라 오로지

실적과 펀드멘털의 견조함으로 인한 견인이라는 분석과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2020년 1월 말까지도  신고가를 경신하며 꾸준히 상승했다.

 

심지어 중국 우한이라는 도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 소식이 2020년 1월 초부터

있긴 했지만 찻잔속의 태풍으로 무시되었으며 심각하다고 하다라도 2003년 SARS때

경험했던 13% 하락에 3개월이면 충분히 시장은 소화하고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출처:shutterstock

 

일관된 무시 및 시행착오의 연속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모든 해석과 인사이트는 처절하게 짓밟히고 유린당했다.

위기가 올 때 오직 하나의 강력한 신호에 의해서만 엄습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시그널들이 연속해서 발생을 하며 우리의 주변까지 스며 들면서 서서히 우리의 포트

폴리오와 삶을 오염시켜 버린다.

 

조금이라도 경고에 귀를 기울이며 준비를 했더라면 이번 같은 참사를 100% 피할 수는

없다고 해도 피해를 어느정도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는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꾸준히 올라가는 활황장세에서 행복감에 도취되다 보니 오히려 주식비중의

확대와 주변주식에 이르기까지 투자종목수를 늘리게 되었다.

 

그나마 2018년 12월 미니조정시장에서 경험했던 교훈을 살려서 포트폴리오의 약 20%

정도는 비교적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우선주와 미국채 ETF에 비중을 실은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생각한다.

 

출처:shutterstock

 

뼈저리게 느끼고 터득한 교훈과 가르침

COVID-19로 인한 갑작스럽게 발생한 베어마켓은 아직 진행 중이라 어떻게 평가를

내려야할지 이른감이 없지는 않지만 앞으로 5년 후나 10년 후에 또다시 엄습할 조정

장세에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최근 수개월간의 투자활동에 대하여 복기를 하고 타산

지석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출처:shutterstock

 

# DON'Ts 하지 말아야 할것(개선사항)

1. 위험신호를 무시해 버리다

장단기 금리의 역전, 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의 고평가, 역사적인 고 PER 등 적지 않은

시그널이 출현을 했음에도 이해는 하되 구체적인 방어대책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인간 행동으로 읽을 수 있는 신호가 하나 있었다.

주식에는 전혀 관심 없는 지인이 드디어 예금, 적금 모두 해지하고 미국 주식에 투자

하겠다고 특별강의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시점이 2019년 12월이었으니 사후 해석이긴

하지만 여지없이 맞아떨어진 신호였다. 

 

"최고의 비관론자가 주식을 매입할 때가 고점이고 최고의 낙관론자가 견디지 못해

주식을 매도할 때가 시장의 바닥이다"

 

2. 자산배분을 이해는 했지만 제대로 실행하지 않다.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알려져 있는 주식 vs 채권의 비중을 조절하는 정도만 이해를

했으며 실제로는 채권 8%, 우선주 12%를 담아서 억지로 20%의 안전자산을 확보했었다.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었지만 우선주도 해당 기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급락을 할 수 있고

회복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적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가설이 무너져 버렸으며 리밸런싱의 기회도 놓칠 수가 있다.

 

3. 비교적 안전한 주식에 연동이 된다면 2x 파생상품도 안전하다는 진단을 내리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아픈 곳이고 치명적인 실수라고 해야 할 듯하다.

약 1년간의 투자기간 동안 높은 배당금의 수령과 약간의 자본 평가차익까지 발생한

상태여서 성공적인 투자방법이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초자산조차 단기간에 30%~50% 이상 빠지는 패닉장세에 2x 파생상품이

온전할 리가 있을까?

투자했던 두 가지 모두 전월대비 60% 이상 하락 시 청산이 되어 상장폐지된다는 

조건에 부합이 되었으며 우려가 현실이 되어 하나는 상장폐지를 당한 상태이고

또 하나는 아직 고점 대비 반토막 상태로 여전히 거래가 되고 있긴 하다.

 

사전에 리스크를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설마 60% 이상의 폭락은 있을 리가 없다고 자신

했지만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보기 어려운 사태가 일주일 만에 발생을 하다 보니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틈도 없이 무자비하게 수익률을 도륙당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살아 있는 파생상품은 그나마 반등

구간에 50%라도 건진다는 심정으로 정리를 했으며 투자 개시 전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극소화 하기 위해 일정비율로 제한했기에 피해로 인하여 포트폴리오

자체가 무너지는 참사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4. 현금자산의 가치를 무시하다.

은행에 자금을 예치해봐야 기껏 세후 수익률이 1%남짓이니 물가상승률을 잡을 수 없어

자산의 가치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논리에 잡혀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바로 주식으로 교환하다 보니 필수생활자금

에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현금자산이 주는 효용은 정기예금이자수익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지지해

주는 안전판이며 급락장세가 발생을 할 때 소방수로 등장하여 위기를 진압하는 특급

구원투수의 기능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5. 감정에 의한 투자를 하다

머릿속으로는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파생상품에는 투자하지 말아야 하고 기초에 설정한

주식과 채권 등의 자산배분비율을 지켜야 한다고 다짐을 했지만 실전 투자에서는 감정에

지배되어 상승이 기대되는 성장주의 비중을 올려간 결과 자산배분의 원칙은 무너지고 말았다.

 

 

 

# DOs 잘한 것(칭찬 사항)

1. 아쉽긴 하지만 안전자산을 편입하고 리밸런싱을 단행하다

2018년 10월부터 발생한 미니 베어 장세의 경험을 살려 오로지 100%의 주식비중을

줄여서 채권을 편입했다는 것이다. 목표로 했던 30%의 비중을 유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폭락장세에서 수익률 방어는 물론이고 수익실현을 하면서 낙폭이 과다했던 우량주의

편입을 할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할 수 있다.

 

2. 시장의 폭락에 뇌동매매를 자제하다

순식간에 급락하는 장세라서 냉철하게 판단할 정신적인 여유도 없었지만 공포에 질려

가격에 주식을 털어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고점 대비 하락 구간을

설정하여 추가 자금의 투하도 고려하는 여유도 생겼다.

다만, 목표로 했던 구간까지 아직 하락을 하지 않아 충분한 매수를 하지는 못했다.

 

3.달러 자산을 확보하면서 현금의 비중을 올리게 되다.

위의 4번의 시행착오를 통하여 수익이 나있는 안전자산을 매도하여 일부는 현금

자산으로 보유를 하고 있다. 게다가 원화가 약세로 전환하기 전에 달러자산을 확보하여

꾸준히 현금비중을 늘리면서 일정 비율 이상은 반드시 유지를 하고 있다 보니 급락장이

지속되는 폭풍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투자심리를 지속할 수 있다. 

 

특히 달러 자산의 가치는 경제위기가 닥치게 되면 원화자산 대비 강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있다 보니 주식투자를 않더라도 환율에 의한 차익이 발생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위에 정리한 두 가지 흑백논리로 구별하고 평가하기 어렵은 항목이지만 몇 가지

깨달음과 느낀 점을 몇 가지 추가하고자 한다. 

 

1. 시간이 가장 중요했다. 나이가 들다 보니 더욱 절실하다.

미국 배당주 중심의 투자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퇴직 이후 안정적인 생활비 연금을

창출 하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그나마 근로소득이 발생을 하고

있는 구간에 대폭락을 경험하게 되어서 재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같은 어설픈 포트폴리오에 포악한 곰을 만났다면 치명적인 중상을 입고 연금

파이프라인에 상당한 손상이 생겨 재기불능으로 추락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누누이 1년이라도 젊은 나이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워런 버핏의 

가르침이 떠오르며 단순하지만 강력한 복리 공식에는 검증된 우수한 기업의 주식에

시간을 걸고 기다리면 승리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었으니 시간(기다릴 수 있는 여유)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 흑묘백묘

안정적인 투자를 통하여 기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오로지 미국의 배당주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의 주식에 다양한 통화로 투자하면서 안정된 배당금도 챙기고 각국의

통화로 자산배분도 가능해지는 부수효과도 생길 것이다.

 

다만, 미국 배당주처럼 월, 분기의 배당 주기가 아니라 연 1~2회가 대부분에 미래의

배당금도 예측하기 어렵고 지속성도 보증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것은 떠안아야 할

부담이긴 하다.

 

한국시장에도 우수한 배당주 식이 적지는 않다. 성장성에 대한 예측은 다소 불분명

하지만 비교적 채권에 가까운 증권 우선주들의 시가배당률은 6% 이상 높게 형성이

되어 있으며 동학 개미 운동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우)는 견고한 배당지급능력과

준수한 시가배당률로 매력이 적지 않다.

 

한편, 맥쿼리인프라 같은 인프라 시설에 투자하며 배당금을 분배하는 기업 역시 조정시

에는 편입을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인다. 이외에도 숨겨진 우량 배당주들이

있을 것이므로 조정을 받고 있는 시기야말로 이러한 기업들을 발굴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3. 인버스 상품의 활용

동전의 양면성일 수 도 있고 감히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무모함일 수 있지만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용 횟수나 금액을 제한하며 활용하는 것은 어떨 것인가?

Vix지수를 추종하는 TVIX나 시장지수의 반대 방향에 투자하는 Inverse ETF 등을

염두에 두는 것도 나빠 보이지만은 않은데... 영원한 딜레마이다.

 

4. 투자종목수에 대한 고찰

위험을 분산한다는 차원에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고 여러 곳에 분산하여 보관

해야 개별종목에서 오는 리스크를 회피하는 전략이 있다.

하지만 몇 가지의 주식수가 적정 한지는 모르지만 분명 자신감의 결여될수록 시장에

소음이 많아질수록 투자하는 종목수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5. 시장을 이기겠다는 오만함과 ETF에 대한 생각

개별기업을 분석하고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니 투자라기보다는 자신의 분석이

맞아 들어가는지를 지켜보며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많아진다.

혹시라도, 시장의 지수보다 수익률을 아웃퍼폼이라도 하면 우쭐 해지고 오만해지기 하며

저조한 결과로 연결이 되면 조용히 입 다물고 해당 투자를 청산해 버린다.

 

지수 및 주요 업종 ETF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알면서도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지금부터라도 거품이 들어가 있는 자신의 분석력이나

족집게 능력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투자 세계의 냉정함을 직시하자.

 

 

  " 일단은 버티며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출처: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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